[일상의 돈과 생활]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안데레사 기자 | 기사입력 2019/08/07 [02:06]

[일상의 돈과 생활] 내가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안데레사 기자 | 입력 : 2019/08/07 [02:06]

[뉴스와 사람= 안데레사 기자] 월급쟁이라면 저축을 최고의 덕목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나도 그런 편에 속한다. 아껴서 목돈을 모은 다음 차를 사든 집을 사든 할 것이고 집을 샀다면 가치가 올라가 재산이 커졌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봉급쟁이라면 60세도 되기 전에 은퇴해야 하는 엄연한 현실도 직시한다. 그래서 은퇴 후를 생각해 허리띠 졸라매고 가급적 저축을 많이 하려 한다. 월급 말고는 특별히 벌이가 없으니 쪼개고 또 쪼개서 저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게다.

봉급생활자들에게 그나마 은퇴 후 목돈을 만지게 해주는 것이 401(k) 연금이다. 봉급에서 일정액을 저축하고 회사는 적당한 비율을 매칭해준다. (요즘은 회사들이 어렵다고 매칭을 안해주는 곳도 많다.) 저축액은 세금이 유예되기 때문에 봉급쟁이들에겐 고마운 존재다. 그래서 가급적 많은 액수를 불입하는 게 최고의 은퇴 전략이란 말도 한다. 나도 무리해서 많은 액수를 이 연금에 넣고 있다.

그런 줄 알고 있던 나는 최근 무척 불편한 책을 한 권 읽었다.  
 

기요사키, "가짜 돈 저축하지 말고 돈 버는 자산 만들라" © 뉴스와 사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란 책으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신간 '앞으로 10년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란 책이다. 처음부터 심기를 긁는다.

'좋은 대학-좋은 직장-많은 봉급-소셜 연금'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 배우고 그것을 실천하는 대부분의 고학력자들은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고 죽을 때까지 경제적 굴레에서 자유함을 얻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학교 교육은 잘 가르쳐서 부자들의 하수인을 기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자기는 그 집안이 다 공부, 공부 하는데 일치감치 '부자 아빠'(그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공부하고 공무원하다 가난하게 살다 간 분이지만 부자 아빠는 아빠의 친구로 그에게 어릴 적부터 부자가 되려면 금융 지식을 쌓으라고 가르쳤단다.)의 말을 듣고 아내와 함께 금융 공부를 하고 작은 투자부터 시작해 지금은 엄청난 거부가 된 사람이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하와이 농장 이민을 왔다가 고생을 했고, 아버지도 공부, 공부 하다가 가난하게 산 모습을 보고 자신은 부자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실천을 했다고 한다. 기요사키는 심지어 요즘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할아버지가 농장에서 일한 것과 다를 바 없는 '현대판 농장'이 생각난다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돈을 주고 사서 읽는 책인데 살짝 열받는 것 같았다.

책의 마지막 즈음에 이르러서는 꼭지가 돌 지경이었다. 기요사키는 "미국의 많은 근로자들이 401(k) 퇴직연금을 불입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노후를 대비하는 최악의 투자일 것이다"고 못박고 있다. 그나마 가장 잘 하고 있는 짓(?)이라 믿던 바를 '최악'이라 욕하니 저자가 괘씸할 정도였다. 이유는 이렇다.

"수익의 80%는 운용사가 가져간다 투자자는 100% 자금을 대고도 위험을 100% 부담한다 주식 시장의 붕괴에 따른 손실 보호대책이 없다 세금은 유예될 뿐이다 수령 시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고 하는 것은 다른 수입이 없는 가난한 상태를 전제로 하는 말이다 결국 401(k)는 퇴직 후 가난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수많은 봉급생활자들이 열심히 허리띠를 졸라매며 모아준 돈(저축 또는 연금 불입금)을 부자들은 저렴하게 빌려 엄청난 자산을 만드는데 쓰고 있다고 기요사키는 주장한다. 공부를 좀 했다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자신이 돈을 위해' 평생 일하는 쪽을 택하지만 부자들은 '돈이 자신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부자가 되려면 돈이 돈을 벌어주는 '캐시 플로'를 만들어내는 금융, 투자 공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금융 공부를 하지 않으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월급쟁이나 자영업자, 또는 전문직에 매여 평생을 경제적 자유함 없이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을 크게 봉급자/자영업 및 전문직 종사자/기업 경영자/투자가 등 4개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첫 두 그룹은 자신이 돈을 벌려 해서 부자가 될 수 없지만 뒤의 두 그룹은 돈이 자기를 위해 일하게 만들기 때문에 점점 부자가 된다고 했다.

그는 저축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저축 또는 연금 불입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모아준 돈으로 부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해 더 많은 재산을 불리는 데 사용될 뿐, 앞으로 화폐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일은 미련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 대신이 돈을 만들어주는 '자산'을 확보하라고 주문한다.

그에 따르면 부자들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부자들이 더 많이 베풀고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세금과 같은 혜택으로 그들을 적극 지원해줄 수밖에 없단다.

기요사키의 이론은 경제학적으로 반박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평생 공부하고 공직자로서 열심히 살았던 그의 아버지가 노후에 가난한 삶으로 마감하는 것을 지켜본 그가 학교 공부를 버리고 세상 속에서 '금융 공부'를 통해 부자되었다는 증언은 새길 만하다.

세상은 하루에서 엄청난 돈을 찍어내 뿌리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이 계속 가난한 이유는 그 돈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바로 금융과 투자의 원리를 알고 돈을 이용하는 사람들, 저축하지 않고 굴리고 돈을 빌려서 돈을 벌어주는 '자산'을 마련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흘러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돈의 생리를 알고, 그런 흐름에 몸을 맡겨 조금씩 실천해 나간다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은 누구에게도 있다고 했다.

'학습의 원추' 이론에서 보면 2주 후에 기억하는 것은 읽은 것의 10% 들은 것의 20%에 불과하지만 말하고 행동한 것은 90%가 기억된다고 한다. 그만큼 '실천'의 학습효과가 크다고 한다.

학습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읽고 들은 것'만 따르며 부자 되는 길을 애써 외면해오고 있는 이들에 속한다면 기요사키의 쓴소리도 들어볼 만하다.

기요사키의 책을 읽는 이들마다 저마다 해석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하나는 건졌다. 그동안 부담스럽게 불입했던 401k를 중단했다. 기요사키 말로는 열심히 넣어 봤자 '가짜 돈'인데 꿈깨라 하는 바람에 그 말은 듣기로 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옛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추억을 살려서 한번 읽어볼 만하다. 내가 그 책을 읽고 부자가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부자가 못 되고 있는 이유는 대충 알 것 같았다.